배터리 화재 소화기 사지 마세요, 아직까지 인증 통과 제품은 0개 (2025년 10월)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사건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리튬 배터리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전용 소화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온라인 검색창에는 '배터리 전용 소화기'가 인기 검색어로 떠오르고, 수많은 업체들이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방당국이 지난해 말 아리셀 참사 이후 전용소화기 인증 기준도 마련했습니다만, 지금까지 이 인증을 받은 소화기는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수십 개의 제품들은 모두 공식 인증을 받지 않은 상태이며, 실제 리튬 배터리 화재가 발생했을 때 초기 진압을 보장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일반 소화기로는 역부족, 전용 소화기가 필요한 이유

지난달 국정자원 화재 당시, 직원들은 일반적인 할로겐 소화기로 초기 진화를 시도했지만 곧바로 연소가 재진행되며 실패했습니다. 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의 특성 때문입니다.

1) 열 폭주(Thermal Runaway)

배터리 내부의 화학반응으로 인해 온도가 수백 도로 급격히 치솟습니다. 일반 소화기의 소화 약제는 표면의 불꽃을 잠시 가라앉힐 수 있지만, 내부의 열 폭주를 막거나 충분히 냉각시키지 못합니다.

2) 산소 발생

리튬 배터리 내부 물질이 분해되면서 자체적으로 산소를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화재 진압 방법인 산소 차단(질식 소화)만으로는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기는 단순히 불꽃을 끄는 것을 넘어, 강력한 냉각 효과와 화학적 반응 억제를 통해 내부의 열 폭주를 멈추는 특수 약제가 필수적입니다.

 

업계가 지적하는 '비현실적인' 인증 기준

소방당국은 지난해 12월, 리튬 이온 배터리 전용 소화기 인증 기준을 어렵게 마련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소화기는 다음을 통과해야 합니다.

1) 적합한 시험용 배터리 확보 : 특정 전압(4.05V 이상)을 충족하는 배터리를 사용해야 합니다.
2) 완전 진화 능력 : 소화 약제를 분사했을 때 불을 완전히 끌 수 있어야 합니다.
3) 다양한 환경 시험 : 외부 온도를 달리하는 등 다양한 환경에서 동일한 성능을 네 차례 입증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기준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업계의 지적입니다.

1) 시험용 배터리 수급 난항

한 업체는 "배터리 대중적인 건 3.63V인데, 시험은 4.05V 이상일 것"을 요구하고 있어, 시험에 쓸 배터리 셀 자체를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2) 모호한 고정 기준

배터리 셀을 모아 시험할 때 '조이는 압력의 기준'이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이는 압력에 따라 시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3) 인증 시험 절차 지연

일부 업체들은 인증 시험 접수 후에도 '업무 일정' 등의 이유로 시험이 수개월씩 연기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신속한 진행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업계의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 그리고 지연되는 인증 절차가 겹치면서, 전용 소화기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은 커지는데도 시장에는 공식적으로 성능이 검증된 제품이 공급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를 위한 조언 : '전용'이라는 이름에 현혹되지 마세요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기는 대부분 자체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거나 해외 기준만 충족한 제품일 뿐, 국내 소방당국의 공식 인증을 받은 제품은 아닙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조속히 업계의 의견을 반영하여 실효성 있는 인증 기준을 확립하고,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우수한 제품의 개발과 보급이 늦어지지 않도록 신속한 지원에 나서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정부의 공식 인증 제품이 나올 때까지는 '전용 소화기'라는 이름만 믿고 섣불리 구매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 대신, 현재 리튬 배터리 화재에 가장 효과적인 질식 소화포나 리튬 배터리 전용 방화 파우치(Lipo Safe Bag) 등을 활용하여 화재 확산을 막는 조치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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